째깍째깍. 두 사람이 앉아있는 거실에는 부지런한 시계의 초침소리만이 들려왔다. 조용하지만 끊임없는 소리에 아이는 문득 자신의 품의 시연을 한 번, 시계를 한 번 바라보았다. 1초, 2초.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계는 천천히, 하지만 착실히 초침을 옮겨갔다. 마치 아이와 시연 사이에 범접할 수 없는 시간을 새겨나가듯.
앞으로도 시간은 계속 흐르겠지. 그리고 언젠가 너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 못할 날이 올 거야. 그때가 오면 난……. 아이는 새삼스레 시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멈추고 싶다. 아니,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그런 어리광일지도 모를 생각을 하며 아이는 시연을 안고 있던 팔에 살짝 힘을 주었다.
“쉬이, 괜찮아.”
새하얀 눈과 같이 반짝이는 머리칼이 흩어지며 아이의 귀에는 익숙한 온기가 느껴졌다. 괜찮아. 마치 그의 불안감을 어루만지듯 시연의 자그마한 손이 아이의 귀를 감쌌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올곧은 레드오렌지빛의 눈동자에는 아이의 모습만이 일렁였다.
“괜찮아.”
아침햇살처럼 따스한 눈이 둥글게 휘어짐과 함께 다시 한 번.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느릿하고도 상냥한 목소리가 시연의 손 너머로 들려왔다. 응, 우리에겐 지금이 소중하니까.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시연을 끌어안았다. 따뜻하네, 시연의 손. 그치? 아이도 따뜻해. 장난스레 쿡쿡 웃으며 답한 시연은 아이의 온기에 응하듯 그의 등에 팔을 둘렀다. 토닥토닥. 상냥하고도 따스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초침소리를 덮어버리려는 듯 거실에는 시연이 아이의 등을 다독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시간을 멈춰달라는 그런 제멋대로인 소원은 빌지 않을 테니까. 그저 이런 시간이 계속되기를. 그저 너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너와의 멜로디를 자아내며 그렇게 함께 미소 지을 수 있기를. 그런 미래를 두 사람이 함께 그려나가길. 두근, 두근. 어느덧 초침소리보다 커진 시연의 고동소리가 아이의 귀에 닿았다.
시연, 나의 시간을 모두 네게 줄게. 언제까지나 너의 고동소리만이 나의 시곗바늘을 움직일거야. 그러니 두 사람의 고동소리를 초침소리 삼아 함께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길……. 품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아이는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오늘도 그의 품 안의 아침햇살은 어느 아침보다도 따스하고도 상냥하게 그를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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